ESG STORY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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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쓰기

김지환예술가의 취미로부터 다시 쓰인 환경교육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예원로 30

#업사이클링 #해양쓰레기모니터링 #환경교육 #인류세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김지환이고요. 제주도에 이주한 지 9년 되었습니다. 대학에서는 미술교육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졸업 이후에는 특이하게도 신문 기자로 사회생활 처음 시작을 했습니다. 8년 정도 사회생활을 하다가 취미로 하던 일이 지금 직업이 됐습니다. 사람들이 저의 직업을 ‘업사이클러’라고 불러주시고요. 제주도 해안가의 바다 쓰레기들로 예술 작품을 만들고, 또 환경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로 이주하신 계기가 있나요?
서울에서 인천까지 출퇴근했어요. 평균 출퇴근 시간이 한 3시간 정도 걸렸거든요. 길에 쏟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힘든 거 에요. 신도림 역을 경험해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제 앞에 지하철을 9번인가 그냥 보낸 적 있어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또 기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경찰서를 출입했고 처음부터 특종을 터뜨려 구속도 몇 명 되었어요. 근데 그때부터였어요. 부담감이 컸는지 그렇게 좋은 기사가 다음부터는 잘 안 나오더라고요. 결정적인 건 내가 기사를 통해서 사회를 바꾸겠다는 신념이 있었는데, 언젠간 깨달았어요. 아무리 사람이 바뀌어도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는 그런 순간이 와요. 그래서 이 도시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두 달 만에 바로 제주로 이전을 했습니다.

제주에서의 새 직업을 만든 취미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물감 살 돈이 없어서 대학 신문사에 들어갔어요. 만평 기자로 들어갔다가 취재 기자가 없다고 그래서 취재기자를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버려진 쓰레기를 뭔가를 만드는 거는 익숙해요. 돈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쓰레기로 뭔가를 만들었을 때, 학점은 잘 나왔었거든요. 제주도 와서도 뭔가 그런 갈증이 남아 있었고, ‘취미로 뭔가 창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돈이 들지 않으면서 내 취미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라고 고민하던 중에 바닷가에 떠 밀려 온 쓰레기들이 눈에 띄었었죠.

바다 쓰레기로 만든 작품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해양 쓰레기를 뭔가 작품을 만들었을 때, 주변 지인들한테 나눠주면 하나같이 거부하더라고요. 아무도 안 받았어요. 왜냐하면, 쓰레기로 만들었다고 하니까 좀 불편했던 거죠. 오기가 생겨 작업을 계속 이어갔고, 벼룩시장에서 이 작품들을 소개를 해 주고 싶고 반응도 궁금해서 나갔어요. 신기하다, 호기심 어린 눈빛이 대부분이었죠. 특히 아이들은 좋아했어요. 왜냐면 그게 쓰레기인지 아닌지 아이들한테 중요하지 않거든요. 초창기 때 만들었던 작품들은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형식의 모양들을 띄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서로 만지려고 하면 이런 모습들이 되게 좋았고요.

‘바다쓰기’라는 단체를 만드신 계기가 있나요?
벼룩시장에 나가서 처음에 한 개를 팔았는데, 팔리는 것 자체에 너무 저는 희열을 느꼈어요. 왜냐면은 쓰레기로 돈이 되네 라는 첫 경험이었거든요. 깔아놓고 전시도 하고, 판매도 시작하면서 저를 눈여겨 본 카페 사장님이 카페 내에 전시 공간이 있으니 전시를 하자고 해주셨고, 그 전시를 하니 방송국에서 촬영 요청을 받고, 방송에 나가다 보니까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어요. 뉴스를 보시고 아이들한테 수업을 하고 싶다 그래서 그게 2015년 초였던 거 같아요. 처음 수업이 되고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정산을 해야 되니 회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받아쓰기라는 이름을 짓게 된 거고요.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받아쓰기 백 점을 받아왔다고 자랑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바다 쓰레기로 뭔가 하는 사람이니까. 저걸로 내 회사 이름을 지어야겠다. 그래서 받아쓰기로 지었죠. 이제 9년이란 시간이 지나니까 그때만 해도 업사이클이 뭔지 아무도 몰랐는데, 지금은 업사이클링이 뭔지 개념 정리는 어느 정도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료를 찾는 해안가는 어느 쪽인가요?
사실은 제주는 어디든 쓰레기가 있어요. 해양 쓰레기의 상당수는 어업 관련된 쓰레기가 많고요. 예를 들면, 부표나 그물 낚시 도구, 플라스틱 바구니 등이 주였고, 일부는 일상생활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용기들 뭐 1회용 컵이나 페트병 같은 것들이 있었고요. 그 외에도 시-글래스(Sea-glass)라고 바다를 떠다니는 유리 조각들이 있습니다. 다만, 지역마다 좀 차이를 가져요. 지형적인 영향도 있고요. 예를 들면, 거친 바위 주변에 있는 쓰레기들은 좀 거칠고, 동글동글한 돌이 있는 해변에는 좀 부드럽고 작은 종류, 또 주변에 숲이 우거져 있으면 유목(버려진 나무)류, 주택 주위는 확실히 생활 쓰레기들이 많아요.
제가 제주에서 한 5년 정도 국가 해양 쓰레기 모니터링을 담당했어요. 일정한 간격으로 쓰레기를 조사하고 숫자를 세고 기록하는 일을 했었거든요. 제주도를 몇 십 바퀴는 돌았을 거예요. 매년 혹은 매 달 현장을 확인했을 때, 쓰레기를 치워도 계속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해양 쓰레기 모니터링이 작가님의 업사이클링 활동이나, 환경에 대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겠어요.
처음에는 이게 아르바이트라는 개념으로 내가 쓰레기 조사할 만큼 하니까 좋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쓰레기는 늘 있는 거니까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사하면 할 수록 지역마다 차이를 갖고 있고 지역적 특성이 쓰레기에서 나타나기도 해요, 그리고 계절별 혹은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 인지 등의 차이도 있더라고요.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그런 세밀한 좀 분석들로 해양 쓰레기는 다 똑같은 해양 쓰레기가 아니구나 라는 정책적인 반영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더불어 쓰레기가 어디에 많다는 걸 알게 됐으니 거기에 맞는 쓰레기 처리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어디에 어떤 재료가 있는지 찾아가니까 쉬워 진거죠.

가장 마음에 든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해 주세요.
첫 벼룩시장에서 제 작품을 처음으로 구매하신 형님이 계시죠. 그 분이 저한테 “이 작품은 얼마냐” 그래서 주고 싶은 대로 달라고 했더니 3만 원에 사가셨어요. 형님이 중고 옷 가게를 하셨는데 쇼윈도 맨 앞에 이렇게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지나가다가 봤어요. 너무 마음에 든다며 제가 하나도 작품을 못 파는 날에는 “애들 과일이라도 사주라”고 이만 원을 손에 지어주시기도 하고. 따뜻한 분이셨는데 안타깝게도 이제 편찮으셔서 돌아가셨어요.

예술이 사회랑 관계를 맺는 방식을 환경이란 주제로 잘 풀어내신 것 같아요.오히려 부담스럽지 않게.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시작할 때 환경에 대한 의지를 갖고 시작하지 않았어요. 저보다 뛰어나신 환경 운동가나 활동가들이 너무너무 많아요. 저는 이게 재밌었기 때문에 시작한 겁니다. 저는 이게 처음부터 돈이 안 벌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죽을 때까지 해야 할, 너무 재밌는 취미생활. 하다 보니 지속 가능하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더 생겼던 거고. 환경 쪽 관련된 전문가들을 만나며 몰랐던 사실들을 조금씩 알게 되는 거죠. 알게 되니 자성하게 되요. 저도 옛날에 담배를 피웠었는데,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는 거에 대해 아무 죄책감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 일을 하고 나서는 못 버리겠더라고요. 스스로 바뀌는 과정들이 있었고, 책을 읽다 보니 쓰레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지 저도 굉장히 충격적이었거든요. 환경 문제가 심각한데, 특히 전국에 쓰레기가 가장 많은 데가 제주도더라고요. 아이들이 지속 가능하게 깨끗한 환경에서 제주에서 만끽하며 살려면 뭔가 환경에 큰 뜻을 갖고 했다기보다는 ‘우리 아이들에게 만이라도 좀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는 아빠 욕심으로 하고 있는 거죠.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는 말도 많아지고 있는데, 기업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어떻게 보시나요?
전체적인 시장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전체적인 시장이라 함은 환경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겠다. 이제 물론 다 자기들 밥그릇 챙기느라고 쇼를 하는 경우도 많이 보죠. 하지만 일단 뭐라도 하나 더 알리는 과정으로 탄소중립이란 말 자체가 뭔지는 그래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하는 거죠. 많은 기업들이 광고도 하니까.

내년이면 10년 차가 되시는데, 직접적으로 환경을 변화시킬 수 없음에 실망하거나 회의를 느끼는 지점이 있나요?
전 회의가 없습니다. 왜냐면은 맞아요. 플라스틱, 빨대, 페트병 등 쓰지 말라고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주 미약해요. 2프로도 안될 거에요. 누차 말씀드리지만 해양 쓰레기의 절대 량은 어업 쓰레기예요. 근데 이 어업 쓰레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물고기를 엄청나게 소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고기를 엄청나게 소비하는 사람은 결국 우리 주변이죠. 근데 이게 문제가 있다고 아는 방법은 교육밖에 없어요. 환경 교육이죠. 그리고 이제 환경 교육을 저만하는 건 아니죠. 주변에 다양한 분들한테 환경 교육을 받겠죠. 그런 것들이 누적되고 있고 그런 것들이 언젠가는 변화로 이어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친구들이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과학자가 될 수도 있고, 예술가가 될 수도 있고 혹은 기업인이 될 수도 있고 정치가가 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아시겠지만, 탄소 배출에 절대적인 것은 기업이에요. 철강 공장이 전체 탄소 배출이 몇 십 프로를 차지할 겁니다. 그러면은 탄소 배출의 책임이 있는 기업의 수장이 만약에 저한테 배웠던 환경 교육을 받았던 어린아이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하는 거죠. 저는 그래서 뭐 내가 하는 게 정말 미비하다라는 자세감을 느껴본 적은 없고요. 뭐 제가 안 되면 다음 사람한테 바 돈 이어주면 되는 거죠.

최근 작업을 진행하며 관심 있는 환경 주제가 있으세요?
지금 2015년 기준 한 83억 톤 정도 누적량이 되는데 그중에 해안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플라스틱 변종이 발견되기 시작했어요. ‘파이로 플라스틱(Pyro-Plastic)’이라고 불법 소각 과정에서 생겨나는 플라스틱 덩어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게 바위에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순간 바위 모양과 굉장히 흡사해요. 전문가들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인데 사람들은 돌인 줄 알고 수거를 못해 방치되죠. 결국엔 또 다른 미세 플라스틱이 되는데 일반적인 플라스틱보다 독성 물질은 훨씬 더 많이 포함돼 있어요. 이런 것들에 대한 조사나 이런 기록이 전혀 없죠. 전 세계적으로도 이 문제에 접근한 것도 2~3년 밖에 안 될 겁니다. 이런 문제가 좀 더 이슈화됐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제주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잖아요. 제가 어딜 가도 발견했어요.
그리고 하나는 ‘인류세(Anthropocene)’라는 단어에 대해서 한번 집중해 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대멸종의 시기마다 지질학적으로 지질층에서 기록이 남겨져 있죠. 지침을 밑에서 따보면 그 수만 년 전의 지질학적 특성들이 다 나타나거든요. 현재 인간의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 때문에 6번째 대멸종이 생겨날 거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두 가지 특징 중 하나는 닭뼈에요. 1년에 650억 마리에 달하는 닭뼈가 전 세계에서 엄청나게 소비되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뭐 플라스틱은 뭐 두 말하면 잔소리겠죠. 전 세계 플라스틱이 가장 많은 데가 대한민국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로 좀 책임감을 갖고 관심 갖고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환경을 위한 변화는 무엇인가요?
일단 고기도 적게 먹고 술도 좀 적게 먹고 그런 거 아닐까요? 1회용도 좀 적게 쓰고. 저는 1회용을 아예 안 쓰진 않아요. 불가피하면 쓰기도 하는데 이제 죄책감은 갖고 쓰죠. 옳은 말을 많이 해 놓으면 내가 그걸 다 지켜야 되잖아요. 사실 남들이 보니까, 눈치도 보이고 하거든요.

환경운동을 하는 작가로서 미래에 꿈꾸는 일이 있으신가요?
평생 이와 관련된 일들을 평생 재밌게 할 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다 그림책 작가로서 바통을 이어가면 어떨까? 생각 했어요. 2021년 11월에 태어난 늦둥이가 있는데, 그 친구가 커가면서 아빠로서 이 친구한테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을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다 제가 책을 만들어서 읽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그림책 작가라서 좀 성장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있죠.

글_박소진  사진_한용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