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STORY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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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교육

허브 물새알

여상경새와 섬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생태교육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길 25

#생태교육 #비양도 #새 #에코드로잉 #어촌마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생태 환경을 주제로 교육 사업과 활동을 하는 생태교육 허브 물새알 대표 여상경입니다.

생태교육 허브 물새알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물새알은 물에 사는 새들의 알이란 뜻으로 갯벌에서 사는 새들을 좋아해서 이름을 지었어요. 제주도에 오기 전에는 강화도에서 15년 전부터 살았는데요. 서울에 살다가 수도권에서 가깝고 자연환경이 살아있는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 날 불쑥 강화도로 들어갔어요. 갯벌도 넓고 새도 많이 살다 보니 같이 새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탐조 모임을 만들었어요. 모임 구성원들이 대체로 생태와 관련된 분들이 많았고, 강화도가 생태적으로 훌륭한 곳이니 사람들한테 알릴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하여서 시작했죠.

물새알의 활동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원래는 책 만드는 일을 했어요. 제가 만든 책 한 꼭지 중에 서울의 어느 환경단체의 ‘DMZ 생태기’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사실 DMZ라고 하는 개념에 꽂혀서 취재해볼까 해서 후배 기자와 프로그램에 참여했었거든요. 한강부터 강화도, 철원 이렇게 DMZ를 끼고 있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생물들을 찾아보고 관찰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처음엔 분단이라는 개념 때문에 참여했는데 조금씩 환경 문제와 새에 관한 관심이 생겨서 새를 찾아보게 되었어요.

물새알은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고 계신데 과정을 설명 해주세요.
처음에는 교육단체로 교육을 시작했는데 저희가 자본금이 충분히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제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환경 교육이나 생태 교육들은 교육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돈이 있고, 비용을 지불 하는 사람들만 혜택을 누리지 말고 모든 사람이 다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국가가 지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국가기관에서 하는 프로포절을 찾아서 사업을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일정 기준으로 조직의 형태를 요청하는 곳이 많아서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제주로 이주하신 계기가 있나요?
이 공간에서 해양 쓰레기 교육 활동을 하시던 분들이 있었는데, 3년 전에 그분들과 비양도에 같이 왔었어요. 그때 비양도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섬을 한 바퀴 돌면서 보니까, 재밌는 새들도 많고 뒤쪽에 가면 펄랑못이라는 염습지가 있는데 지형도 독특하고 재밌어서 여기 와서 새도 보면서 오랫동안 쉬었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코로나19로 이 공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 듣게 됐고, 그러면 내가 내려가서 공간을 쓰면서, 놀면서 비양도 생활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면서 내려왔죠.

비양도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누구는 비양도가 제2의 제주도라고 그러더라고요. 가운데 한라산이 있듯이 섬 가운데 비양봉이라고 하는 작은 오름이 있어요. 제주 본 섬에서도 멀지 않고 바깥쪽으로 바다가 바로 터져 있다 보니까, 새들이 이동 시기에 휴식처로 들르는 공간이기도 한 거 같아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동 시기에는 적지 않은 새들도 볼 수 있고, 갯바위들 주변으로 염생식물들 해녀콩이라든지, 순두리 나무라든지 이런 것들이 많이 자라요. 비양봉 안에는 비양도에만 자생하는 식물들도 있어서 생태적으로 재밌는 생물상을 가지고 있는 섬입니다.

비양도에는 어떤 새들이 쉬어가나요?
이동 시기에는 도요물때새, 깝작도요, 큰뒷부리도요, 알락도요 같은 도요새가 많이 보여요. 그리고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까만 백로인 흑로도 있죠. 비양도에 한 8개월 정도 있으면서 50여 종을 봤는데 올겨울을 넘기면 70종 이상을 관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양도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비양도에서는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비양도의 새, 염생식물, 해양 쓰레기 세 가지의 주제별 교육을 하고 있어요. 제가 처음에 비양도에 왔을 때 제일 좋았던 게 옛날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는 작은 어촌 마을의 모습이었거든요. 그런 어촌 마을답게 비양도에 계신 모든분들이 재미있고 화목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주민대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비양도의 생물을 그리는 에코드로잉 활동입니다. 원래는 해녀 삼촌들 대상으로 하려고 했었어요. 해녀 삼촌들이 수십 년 동안 물에 들어가셨던 분들이라 해양 생물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나신 분들이거든요. 근데 올해는 시기가 맞지 않아서 해녀 삼촌들 대신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했어요. 보통 관광객들이 들어오면 섬을 한 바퀴 돌고, 산에 올라갔다가 식사를 하고 나가는 게 다거든요. 작은 기념품이라도 사 갈 수 있으면 좋겠고, 생각해서 주민들이 그린 그림으로 컵이나 손수건 같은 걸 만들어 보려 해요.

제주도가 환경 활동에 있어서 어떤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시나요?
생태적으로 보면 섬이라고 하는 공간은 육지에 떨어져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다 보니, 섬의 환경에 맞게 진화한 생물들이 많아요. 흔히 섬의 고유성이라고 하는데 까만 바위에 몸을 감추기 위해 검정색 털을 지닌 흑로, 비양도에서만 자라는 비양나무라든지. 이런 것들이 섬의 고유성이죠. 근데 점점 교통도 발달하고 관광객들이 많이 유입되다 보니까 섬의 고유한 생물들이 많이 훼손되고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제주도는 환경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유입으로 제주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에 제주도의 생태적인 고유성,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찾아가고 지켜낼 건지 고민이 필요해요. 그리고 환경 활동을 하는 분들이 제주도에 많다 보니 교류하는 것이 중요한 활동의 내용이 돼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제주도에서 비양도 외에 다른 섬이나 지역에도 가실 계획이 있나요?
하도리, 종달리처럼 작은 갯벌이 있는 곳이나 많은 새를 볼 수 있는 마라도에 가보고 싶어요. 특히 마라도 같은 경우는 철새들이 이동할 때 바다를 장시간 비행을 해서 우리나라로 진입할 때 처음 만나는 섬이 제주도이고, 제주도에서도 제일 처음 만나는 섬이 마라도잖아요. 그래서 이동 시기가 되면 마라도에서 정말 많은 새를 볼 수 있거든요. 태풍이 불면 새들이 지쳐있어서 탈진한 상태로 마라도에 도착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널브러진 모습도 볼 수 있죠.

개인적으로 환경과 비양도를 위해서 실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어느 섬이나 다 그렇지만 관광객을 유입하면서 상업화되고 섬이나 지역 자체가 가진 독자적인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현상들이 여러 지역에 나타나고 있어요. 이걸 막아내고 마을의 자연환경을 지켜낼 수 있는 건 주민들이라고 생각을 해요. 지역의 환경과 전통을 잘 지키면서 주민들의 소득과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해요. 그런 점에서 생태 관광, 생태 여행이 특히 어촌 마을에 있어서 앞으로 주목 해야 할 미래 사업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고 있어요. 그래서 관광객들도 관광하고 그냥 돌아가는 게 아니라, 비양도만의 자연을 여유 있게 즐기고, 비양도에 사는 주민들과도 소통해 보고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비양도에서 다양한 소비를 해서 이런 활동을 통해서도 비양도 주민들이 수입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환경활동을 하시면서 힘들었던 적이나 뿌듯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특별히 힘든 건 없는데 비양도에 들어온 지 1년이 안 됐거든요. 어디나 처음 가면 사람들과 사귀고 적응하는 게 제일 큰 문제일 텐데 아직까지는 생태교육, 생태여행이라고 하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낮다 보니까, 저를 경계하시면서 곱게 바라보지 않았었어요. 그런 시선들이 당황스럽고 어렵긴 했는데 지금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뿌듯했던 점은 교육이 끝나고 나서 ‘비양도에 예쁜 새들이 많이 사는 줄 몰랐어요’, ‘이렇게 구석구석 다니면서 보니까 비양도가 정말 예쁜 섬이란 걸 알게 됐다. 정말 고맙다.’ 이렇게 말해줄 때 제일 뿌듯하죠. 그리고 아이들이 다음에 또 와도 되냐고 물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친환경 생태계가 넓어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생태 관련해서 무료 교육 프로그램들을 많이 하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민간에서도 독립적인 활동이 발전될 수 있도록 병행해서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그리고 국가적으로 생태 환경 문제에 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말로는 지구 환경의 위기와 지구 온난화의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으로 인해서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우리 아이들에 대한 교육 예산이나 정책적인 대책, 계획은 거의 없거든요. 무엇보다도 학교 교육이나 다양한 영역에서 기획과 예산을 확대하고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그리고 국가의 도움 없이 각각의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이나 그룹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예산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죠.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세요?
올해는 실험처럼 비양도에서 여러 활동들을 해 봤는데 처음엔 제가 너무 몰랐어요. 제주도가 바람이 센 곳이어서 걸핏하면 배가 끊긴다는 사실도 몰랐고 그것 때문에 행사가 취소된 경우도 많이 있었죠. 이제는 어느 시기에 얼마나 바람이 부는지도 알게 됐고, 주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좋아하고 어떤 점을 싫어하는지도 알게 되었어요. 조금 더 많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어떻게 만들어 낼 건지가 제일 큰 고민이긴 한데 내년에도 주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해볼 생각입니다.

글_박소진  사진_한용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