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STORY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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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리

이소진다시 쓰고, 나눠쓰며 환경을 지키는 소비 생활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연신로 160

#비누 #제로웨이스트 #리필스테이션 #제주도허브 #환경문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사회적 기업이자 여성 기업인 꽃마리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대표 이소진입니다.

꽃마리협동조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꽃마리협동조합은 여성 조합원 7명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제주산 친환경 허브로 천연 비누, 화장품, 세제를 만들며 조합원들의 자립과 자활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꽃마리는 공동체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라는 뜻을 갖고있어요.

꽃마리 활동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꽃마리협동조합을 하기 전에는 전직 화장품 기업의 생산팀의 팀원들이었는데 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폐업을 하게 되었죠. 생산팀 직원들이 전부 뿔뿔이 흩어져서 지내다가 여성 창업 인큐베이팅 과정으로 다시 모여서 꽃마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반에는 유기농, 천연이 하나의 키워드였고 제품을 만든 사람들이 내걸고 싶어 하는 캐치프레이즈였어요. 그런 찰나에 저희가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고객들과의 부딪히는 접점이 있었죠. 처음에는 고객들이 사용했던 통을 가지고 오셨을 때 위생의 문제로 거절했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화장품 분야에서 일을 했다 보니 위생문제에 민감했었죠. 사실 위생보다 플라스틱으로 인해서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 더 치명적일거라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이야기했을 때 들어야 한다는 내부적인 평가가 있었고, 소비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계속 친환경을 외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었죠. 마침 코로나19 상황과 맞닥뜨려서 전국의 제로웨이스트 매장으로 뻗어나갔죠.

표선에서 시작해서 제주시로 옮겨오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에 세제를 만들 때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 재료를 쓰면서 세제 항균력을 높이기 위해서 제주산 허브를 사용했어요. 마침 허브 농장이 표선에 있었고, 표선 인근 허브 농가에서 허브를 공급받으면서 허브가 들어간 건강한 세제를 만들게 되었죠. 그렇게 2018년도부터 2021년까지 표선에서 생산을 해왔어요. 이후에는 제품 생산에 있어서 안정적인 프로세스와 공간, 제조시설에 대해 고민을 하며 제주시로 옮겨왔습니다.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ESG 경영과 관련해서 꽃마리에서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나요?
꽃마리는 제주의 가치와 제주 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고민하고 있어요. 저희는 여성 조합원들로 구성되었고 최대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의사소통 과정을 거치며 협동조합의 목표도 함께 세워나가요. 그리고 워크샵을 통해서 조합의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목표에 대비해서 잘 풀어나가고 있는지 평가하고, 목표를 수정하기도 하죠. 사회적 가치의 부분에서는 사람과 지구에게 조금 더 안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환경적인 가치까지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다 보니 불편했던 게 플라스틱 통이었어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비대면 소비가 많아지고 1회용품과 플라스틱에 대한 심각성이 와닿았죠. 그 이후로 벌크 세제를 만들고, 용기를 가져오면 리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적어도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한 플라스틱은 버리지 않고 책임진다는 그린 에코 시스템인 거예요. 이것 또한 꽃마리 소명인 거 같아요.

전국적으로 분포된 리필스테이션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코로나19로 플라스틱으로 인해 지구가 얼마나 오염되는지 심각성을 많이 느꼈잖아요. 전국에 제로웨이스트라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대안 용품을 판매하는 잡화점이 많이 생겼어요. 그 안에 본인이 사용했던 플라스틱 통을 버리지 않고 다시 들고 오면 세제를 리필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이 있는데 꽃마리의 세제도 벌크로 생산하며 전국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매장에 들어가게 됐어요. 소비자분들이 제품을 낱개로 구매해도 가까운 곳에서 리필을 할 수 있도록 전국 제로웨이스트 지도를 만들어서 SNS에서도 공유하고 있고, 언제든지 리필하고 썼던 용기를 반환할 수 있게끔 이런 리필&벌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최근에 여러 기업들의 그린워싱(Green Washing) 사례가 있는데 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소비자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제품을 먼저 만들어내는 구조는 사실 기업들이 할 수 있거든요. 제로웨이스트가 진입장벽이 높아서 꽃마리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면서 선택의 폭을 넓혔어요. 플라스틱 포장이 안 되어 있는 고체 비누를 만들고, 고체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액상 비누를 만들고, 통을 재활용하고, 리필 하는 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알약 세제를 만들었죠. 대안이 되는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게 기업의 역할이죠. 그동안은 기업들이 상품의 이윤을 중심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제품이 사회적, 환경적으로 미칠 영향을 고민하며 폐기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해요. 다음 세대까지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불편하지 않아야 해요.

환경을 위해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꽃마리 대표로서 제품 생산 외에 정기적으로 제주 도내 학생들에게 친환경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제품들이 지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편안하게 썼던 합성 세제들이 해양 생태계를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알려주면서 교육을 통해서 올바른 세정 습관을 지닐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딸 둘이 있는 엄마다 보니까 딸들이 집에서는 면 생리대를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잘 되진 않았어요. 습관을 먼저 만드는 게 중요할 거 같아서 아이들이 사용하기 편하게 준비해서 몇 년을 노력하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도 본인의 몸을 지키는 습관을 갖게 되었죠. 그리고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포장해 올 수 있는 통, 텀블러, 손수건 이런 것들을 차에 항상 갖고 다닙니다. 그로 인해서 제 주변 분들은 플라스틱이나 세제 통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재사용을 잘하세요. 저를 만나는 순간만이라도 그걸 생각하죠. 제 모습을 통해 주변에 선한 영향력이 끼쳐지길 바라요.

꽃마리를 운영하시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으신가요?
꽃마리는 지구를 위한 안전한 소비를 도우며 친환경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인데 사실 제품으로 알리는 게 한계가 많아요. 예를 들어서, 세제를 리필하러 온다는 행동 자체가 정말 쉽지 않거든요. 근데 요런 것들을 과연 어떻게 알려 나갈까 고민이 있죠. 꽃마리라는 공간만 통해서 알리기보다는 지역 기관이나 정부의 정책 특히 소관 부서인 환경부가 어떻게 국민들을 위한 친환경 정책을 내느냐 하는 게 저희한테 상당히 영향이 커요, 그래서 정부정책에 의한 영향력 또는 기관과 연계성, 협력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슈화되고 정책화되고 제도화되도록 계속 캠페인을 해 나가는 과정들이 중요하죠.

반대로 뿌듯한 점은 무엇인가요?
연말이 되면 올해 꽃마리에 가장 많이 용기를 반납해 주신 분을 뽑아서 그랑프리 시상을 해요. 전국 제로웨이스트 매장에서 사용한 통을 제주도까지 다시 보내주시는데요. 비용적으로 보면 세척 과정이나 택배비용을 생각했을 때 효율적이진 않아요. 그렇지만 용기를 돌려주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용기를 돌려받으면 재사용이 몇 번 되었는지 적어서 스티커를 붙여요. 이걸 보고 꼭 다시 돌려줘서 세 번이 되고, 네 번이 되게 하려는 분도 많죠. 최근에는 셀프 리필 기계가 생겼거든요. QR로 간단하게 리필을 할 수 있고, 탄소 적립 포인트까지 적립할 수 있어요. 고객님들께 이 제도를 소개하면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요. 환경 보호 실천도 하고, 혜택까지 챙기는 손님들을 만날 때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세제 통 외에도 재활용 한 것이 있으신가요?
세상에 버려지기 위해서 태어난 건 없잖아요. 최근에 고체형 알약 세제 상품이 새로 나왔는데 판매 전에 사용해보실 수 있도록 샘플을 나눠드리고 싶었어요. 제로웨이스트 매장에 계신 분들은 아무래도 먼저 사용해 보셔야 고객들에게 권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마침 작가분들이 지구별 가게에 아날로그 필름 통을 재활용할 수 없겠냐며 기부한 게 있었던 거예요. 대표님께 이 고민을 말씀드렸는데 필름 통을 활용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그래서 필름 통을 잘 닦아서 샘플을 담아 제로웨이스트 매장 운영자분들께 보내드리기도 했어요. 아마 그분들은 사용하시고 또 다른 방법으로 재사용하실 거예요.

네트워크 모임을 통해 생겨난 또 다른 아이디어나 활동이 있나요?
최근에 세이브더제주바다 한주영대표님에게 연락이 오셨어요. 구좌? 앞바다에 하얀 기름덩어리 같은 게 떠다녀서 해양경찰하고 수거하고 있는데 분석해보니 식물성오일인 것 같아서 이걸로 비누를 만들 수 있겠느냐며 제안을 주셨어요. 나중에 비누 완성품을 만들어서 바다 정화 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게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이런 네트워크는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마음만 먹는다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 거잖아요. 네트워크도 자주 해보며, 협업이 협업을 만들고, 관계가 또 협업을 만들기에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고 만들어 가는 소통의 과정 자체가 결과보다 더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주도에서의 환경 활동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간에는 제주의 친환경이나 제주의 환경이 상품으로서 주목을 많이 받았죠. 이건 저희가 제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을 하고 요소로 쓸 수 있었지만, 제주의 자원이라는 건 사실 무한하지 않고 저희 시대에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기에 제주의 자원이나 자연과 공존하며 누려야 하기에 잠시 빌려 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게 제주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친환경을 추구하면서 고민이 생기진 않으시나요?
세제 통을 씻어서 돌려주는 과정이 과연 효율적인지 주춤하는 순간들도 있었어요. 최근에 제로웨이스트 매장들이 점점 폐업하면서 저희도 영향을 받기도 했죠. 하지만 비용이나 방법을 타협하는 순간 다시 작은 거에서부터 타협하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고민했던 지점들은 리필, 벌크 시스템이 5년간 지속되어온 걸 보면서 힘이 되어주죠.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세요?
꽃마리는 앞으로도 사람들의 라이프사이클에 맞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 갈 것이고, 제주도 어디에 가더라도 쉽게 세제를 리필할 수 있는 거점들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요. 플라스틱 통뿐만 아니라 자원을 재순환하는 사회적 모델도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꽃마리가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 거 같아요. 또 미래 세대인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에코 사이클을 만들어나가고, 어렸을 때부터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환경 교육도 이어나가려 합니다.

글_박소진  사진_한용환